言語 위에 덧씌우는 眞心
by 요신
에피쿠로스曰
우리가 존재하는 한 죽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죽음이 도래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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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 <길 없는 길 위에서>

길 없는 길 위에서

 

김승희

 

역촌동 -> 상도동 구간을 오늘도 내일도 달리는

저 시내버스는

어쩌면 나보다 더 행복한 것인지도 모른다

승색들이 오르고 나면

재빨리 문이 닫히고

시간이 없다고 갈 길이 멀다고

오늘도 내일도

의심 없이 그 길을 달려가는

저 노선 버스는

나보다 더 고뇌가 없는 씩씩한

길을 가진 것이라고 해도 좋다.

 

매일매일

떠나야 할 분명한 시점과 닿아야 할 분명한

종점을 가진 것이

부럽다 해도

난 벌써 서른다섯 살.

아스팔트 위를 먼지와 함께 불어가는

가을바람

처럼

그 바람에 흩어져 날아가는

어제 저녁의 구겨진 신문지조각

처럼

나에겐 떠나야 할 곳도 닿아야 할 곳도

언제나처럼 분명치가 않다는 느낌이다

 

행복한 길을 가지기 위하여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 할까.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하여

행복한 길을 가져야 할까.

 

나는 아직도 아마 모른다.

다만 아침저녁으로 종점에서 닿고

떠나는

행복한 시내버스들을 바라다보며

다만 나에겐 길이 없다는 절망과

길을 원하는 갈증이

우울증 같이 멀미 같이

환상의 외침이 되어 다가든다는 것뿐이다.

 


#

 

우울의 극치를 치닫는 시인데,

왜일까

난 이 시를 읽고 마음이 한 결 가벼워졌다.

 

이걸 반면교사 삼았다고 해야 할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행복한 길과

행복한 사람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달까.

 

때로는 길 없는 길이 더 좋기도 하다.

어디서

어떤

보물 같은 녀석이 튀어나와

내 눈을 휘둥그레

하게

해줄지 알까.

 

:-)

by 요신 | 2007/06/01 04:12 | 보고듣고읽는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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