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붓다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한 말이라고 한다. 이 말을 天上天下有我獨尊이라 오해하여 '이 세상엔 나 홀로 있을 뿐이다.'라고 여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세상(天上天下)은 나로부터 말미암는다(唯我獨尊).'가 본 뜻에 가까운 해석이다. 이 말을 다시 한 번 풀어 보면, '깨달음은 나를 먼저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가 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떠한 존재인가? 세상과 관계를 갖고 시작하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관계'란 무엇인가?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만남'이란 무엇인가? 눈, 코, 입, 귀, 감촉, 인식을 통하여 알게 되는 것이다. 내 온 감각을 통해 대상과 연관되어 있음을 느끼는 것이 곧 만남이다. 내 감각과 감각의 대상이 만남으로써 비로소 관계가 이뤄진다.
이러한 만남을 '우주'로 연결시키는 것이 바로 연기(緣起)이다. 모든 것은 만남으로써 이뤄지는 것이기에, 원인(과정)이 없으면 결과(현재)가 존재할 수 없다.
'나락 한 알 속의 우주'라는 비유가 있다. 나락 한 알의 생성과정을 들여다 보면, 우주의 이치를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알맞은 햇볕, 알맞은 바람, 알맞은 수분, 알맞은 토양, 알맞은 시기, 이 모든 것들이 하나라도 어긋남 없이 '만나 관계지을 때' 나락 한 알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같은 원리로, 만나지 않고 생성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연의 이치는 인과에 묶여있을 뿐인가? 그렇지 않다. 인간만은 '인식'이라는 자율성을 띠기 때문이다. 인간은 선함(좋음)과 악함(싫음)을 인식함으로써 매 삶의 순간마다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마저도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행위에 따라 '업'이 쌓이고, 이것이 또 어떤 현상의 원인이 되고 결과가 된다. 이러한 인식 확장을 거치면, 내 주변의 바람 한 점이라도 가볍게 여길 수 없을 것이다.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은 이미 나와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